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의 기업신도시 추진계획에 온 나라가 시끌벅쩍합니다. 전국이 9개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신도시 유치를 신청하였고, 이 중에 우리가 살고 있는 원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의 기업가들이 모여있는 상공회의소와 원주시, 그리고 언론사가 중심이 되어 기업신도시를 유치해야 한다고 두 팔을 걷고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업신도시는 원주에 약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독이 될 것인가?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여론을 좌우하는 분들은 원주에 엄청난 약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기업신도시에 투자되는 비용이 약 2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이러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기업신도시는 근래 들어 전경련을 필두로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기업에 가해지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그들의 주장이 현실화되지 않자 느린 경제성장속도의 향상과 내수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기업신도시이다라는 논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전경련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업신도시에 포함되는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①기업도시를 추진하는 기업에서 토지의 수용권을 허용해 달라. ②개발한 토지의 처분가격과 방법을 기업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보장해 달라는 내용. ③기업신도시내의 특수목적고의 허용, 외국인교원 임용 허용 등 학교설립규정을 대폭 완화해 달라는 내용의 초중고 교육제도의 완화와 외국인대학 설립허용, 기여입학제 허용, 영리법인 대학설립의 허용 등 교육시장의 개방. ④ 비영리법인만 설립이 가능한 종합병원의 설립근거의 마련. ⑤골프장 설립 및 부대시설의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 ⑥경제자유구역과 같은 수준의 조세 및 부담금의 감면, 기업도시 투자기업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40%로 상향조정, 기업도시 참여시 기업의 부채비율을 일시적으로 200% 한도초과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⑦경영상 필요에 의해 노동자 해고조건의 완화, 해고 사전통보기간의 단축, 정규직 전환규정의 삭제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기업신도시에 참여할 기업이 없다는 것입니다. 약 28조원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고, 있다해도 삼성정도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 대부분의 판단입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어떤 사람들은 삼성을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기업신도시 자체보다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바로 전경련이하 기업들이 주장해왔던 규제완화를 실현해 보겠다라는 의미가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전교조는 이미 반대의 의사를 밝히고 있고, 환경단체의 입장으로서도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 너무나 많습니다.
기업의 토지수용권과 개발한 토지의 처분가격 및 방법을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는 내용은 기업신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추진지역의 난개발 정도가 아닌 막개발을 통하여 막대한 이윤을 취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이러한 사업을 합법적인 틀안에서 보장받겠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기업신도시입니다.
35만의 도시인구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원주에서 약 2배가되는 70만명의 사람들이 사는 원주를 3년 이내에 추진하자라는 것이 원주에서 기업신도시를 추진하는 원주상공회의소 등 기업가와 원주시를 비롯한 행정가들의 주장인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얻는 이익들은 지역사회로 환원이 될까요? 골프장이나 대규모 공장을 유치해서 지역주민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한국사회가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성장하면서 얼마나 많은 환경의 파괴가 이루어졌고,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자되었고 투자될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말이 있듯이 원주사람들의 희생속에 기업의 부를 축적시키겠다는 논리가 숨어있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원주시가 9개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기업신도시 유치에 뛰어든 것은 환경파괴와 주민의 희생을 전제로 하여 기업의 이익을 살려주겠다는 것에 다름이 아닙니다. 혹여 그런 생각이 아니라면 굉장히 유아적인 사고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차는 이미 출발하고 있습니다. 원주시와 강원도는 공동으로 3억원의 비용으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기에 본격적인 추진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사회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