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공장(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합니다. 원주에서도 50만㎡에 이르는 동화농공단지가 파생할 여러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벌써부터 갑론을박 말이 많지만 대규모 공단이 입주하면서 생기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너나없이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6월 24일 환경부는 다목적용 차종분류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다목적자동차가 경유승용차로 분류되면서 생산이 중지될 처지에 놓였던 산타페는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게 되었고, 카렌스Ⅱ도 조건부로 생산재개를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전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중에 자동차 배출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해 서울시의 경우 85%를 넘고 있습니다. 이중 미세먼지는 100%, 이산화질소의 80%가 경유차에 의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경유차, 특히 대형버스와 트럭을 대기오염 주범으로 인식하면서 천연가스버스 도입에 대기보전예산의 대부분을 쏟아부었습니다. 한편 경유가격이 휘발유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이유로 자동차회사들은 다목적용 경유자동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승용차 내수판매 중에서 다목적용 경유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16%, 99년 30%, 2000년 41%, 2001년 38%로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함께사는길 8월호).
2년전 국내자동차 기업들이 외국자동차의 유입을 막기 위해 스스로 요구해 세웠던 경유자동차의 배출허용기준을 기업 스스로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로 인해 경유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의 문제는 당분간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비슷한 상황은 원주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한솔오크밸리는 지난 2001년 말부터 2002년 3월까지 골프장 9홀 증설을 원주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여 통과시켰습니다.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한솔오크밸리가 경영상 손실을 막을려면 9홀 골프장 증설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를 세우면서 말입니다.
당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한솔오크밸리측이 스키장 건설을 하지 않는 이유가 스키장에서 발생하는 작은 이윤보다는 부유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골프장으로 기업이윤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9홀 증설이후에 애초부터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스키장 건설을 꼭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계획을 수용하였습니다.
지금 한솔오크밸리는 9홀 골프장 증설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9홀 골프장이 완공되기도 전에 다시 한솔오크밸리가 18홀 골프장을 증설한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원주시청이나 강원도청에서 알고 있는 사실인 만큼 전혀 뜬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업의 말바꾸기에 정말 짜증이 납니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 9홀만 수용해주면 한솔오크밸 리의 경영이 흑자로 돌아갈 것처럼 얘기하다가 9홀 증설이 수용되니까 바로 18홀을 증설하겠다고 말을 바꾸는 기업을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기업이 이윤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신용을 잃은 기업은 생존할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합니다.
외국자동차를 견제하기 위하여 국내자동차기업이 스스로 정부에 요구하였던 경유자동차의 엄격한 배출허용기준을 수출과 경제라는 논리로 말을 바꿔 경유자동차를 시판할 수 있게 법조항을 바꾸어 환경문제는 철저히 무시하고 이윤을 추구한 경우나 9홀 골프장 증설계획을 수용해주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애원하다가 막상 9홀이 수용되니까 더 큰 이익을 위해서 18홀 골프장을 증설해야 한다고 말을 바꾸는 한솔오크밸리의 경우처럼 약속을 어기는 일을 다반사로 하는 기업의 논리에 우리의 환경은 무참히 파괴되고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더 이상 기업의 이윤놀음에 환멸을 느낍니다. 기업은 돈을 벌어가지만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건강과 앞으로의 미래를 잃게 되는 간단한 사실을 애써 경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기업의 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변명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