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 온 사활을 걸고 있는 도지사와 여론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도민들의 비판, 아니 '욕'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해서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몰려드는 협박과 '욕'을 감당하기 싫어서 피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가장 큰 문제는 활강스키장 예정지로 선정되어 있는 가리왕산 중봉지구에 대한 정확한 환경평가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책사업이 아니더라도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3∼4개소의 후보지를 정하고 후보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최종후보지를 선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를 가진 사람들과 협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있는 통상적 관례이다.
하지만 강원도는 후보지를 복수로 선택하여 평가도 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해당지역이 녹지보존등급 8등급을 상회하는 천연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스키장으로 최적지라는 논리만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전문가의 검토를 받았다고 하지만 그 전문가는 중봉지구에 대한 생태계조사 한번없이 헬기를 타고 한번 둘러본 것이라는 내용을 만약에 심사위원이 접한다면 어떠한 판단을 하겠는가?
녹지보존등급 8등급 이상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임을 법으로써 규정해 놓은 것으로, 누구보다 우선하여 법을 지켜야하는 공무원이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와 편법을 동원하면 개발할 수 있다는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사람을 강원도 150만 도민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까?
작년 초 눈을 헤치고 가리왕산 중봉에 올랐을 때 수령 80∼100년의 신갈나무 군락이 너무도 아름답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때문인지, 아니면 산림청 고유의 사업인지는 몰라도 아름드리 신갈나무가 잘리고 그 자리에는 채 5년도 되지않는 잣나무가 식재되어 있었다. '수종변경'사업의 일환으로 그리 되었다는 것이 산림청 관계자의 설명이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갈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생태계가 아주 잘 보존된 지역이라는 의미이고 이러한 숲을 보존하는 것이 산림청 제1의 임무일 것이다. 그런데 80년 이상의 나무를 자르고 잣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임업을 공부한 나로서도 설명을 할 수 없는 헤괴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인 내용이지만 동계올림픽 유치와 연관을 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작년에 동계올림픽 활강스키장 문제를 놓고 강원도청과 몇 번의 실랑이 과정에 처음부터 협의를 진행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개최지로 결정되면 환경단체와의 협의기구를 만들어 환경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강원도청 최고위 공무원과 약속이 있었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되고 다시 국내후보지를 결정하는 과정에 전북과의 문제 등 많은 문제를 뒤로한 채 다시 국내후보지로 평창이 선정되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당장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 유치과정의 평가와 제기된 여러 문제를 포용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도 시간적으로 절대로 부족하지 않지만 그러한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도 않고 또 다시 무지막지한 여론몰이를 통하여 쾌속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상당히 우려스럽다. 환경단체의 입장에서 또 다시 작년의 경우를 되풀이해야 한다는 사실에 매우 우울하기까지 하다. 남아있는 시간동안 환경단체 등 다양한 이해를 가진 기관 및 단체의 여론을 수렴하고 가리왕산 중봉지구의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고 환경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새로운 활강스키장 예정지를 찾는 등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판단한다.
강원도를 우리나라의 환경수도로 만들겠다는 도지사의 주장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적어도 환경문제에 대하여 이런 주먹구구식의 접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